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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질 바이든과 ‘3김 여사’

지난달 29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배우자인 질 바이든 여사가 스미소니언국립동물원이 게재한 영상에 등장해 “판다가 DC로 다시 돌아온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판다는 미·중 외교의 상징이다. 중국은 1972년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앞두고 처음으로 미국에 판다를 보냈다. 현재 이 동물원의 판다 우리는 비어있다. 양국 관계가 얼어붙으며 지난해 11월 판다 세 마리가 중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질 바이든 여사의 판다 복귀 선언은 대(對)중국 외교의 전면에 영부인이 직접 나섰음을 의미한다.   질 바이든 여사는 지난달 22일엔 백악관 브리핑을 했다. 국빈방문하는 케냐 정상에 대한 영접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브리핑에선 “손님이 떠날 때 내가 케냐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이 따뜻함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케냐를 단독 방문했다. 이번에 워싱턴에 도착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 부부를 공항에서 영접한 것도 질 바이든 여사의 몫이었다.   질 바이든 여사는 대선 관련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선거의 쟁점인 고령 리스크에 대해선 “트럼프가 78세고, 조는 81세다. 이번 선거는 나이가 아닌 성격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쟁점인 낙태권과 관련해선 “올해 여성의 권리가 위험에 처해 있다”며 “우리는 민주주의와 혼돈 중에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도 그의 적극적 행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라고 평가한다. 종종 공개 행보를 거의 하지 않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두 영부인의 행적이 정치적 논란으로 확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에서도 전·현직 대통령과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의 배우자들이 연일 주목 받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하나 같이 정치의 중심에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현 영부인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불거진 뒤 5개월간 잠행했다가 최근 공개행보를 재개했고, 전 영부인은 옷값 논란과 인도 순방 관련 논란의 중심에 섰다. 거대 야당 대표의 배우자는 법카 유용과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제 막 개원한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은 이들 ‘3김 여사’와 관련한 특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가 사활을 걸고 상대 진영의 ‘김 여사’를 공격하는 사이에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의 리더십이 바뀔 수도 있다. 북한에선 언제든 화학무기로 대체될 수 있는 오물 풍선이 날아오고 있다. 강태화 / 한국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글로벌 아이 여사 트럼프 여사 케냐 대통령 현직 대통령

2024-06-05

[문예 마당] 큰 바위산의 대통령들

  미국의 독립과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의 성역이라는 ‘러시모어 산 메모리얼’에 다녀왔다. 얼굴 조각상 크기가 18미터(60피트)나 된다고 해서 실물을 직접 보고 싶었다. 남가주에서 사우스다코타 주까지 약 1200마일이나 되는 먼 길을  아내와 교대로 운전하며 갔다.     가는 길에 먼저 그랜드 테톤과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구경하고 가니 지루한 줄 모르고 도착했다. 주차하고  걸어 올라가니  미국 50개 주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많은 인파로 붐비는 것을 보니 연간 300만 명이 찾는 곳임을 실감했다. 멀리 보이는 큰 바위 돌산은 영화 ‘십계명’에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던 호렙산처럼 웅장했다. 늘 태양 빛을 받도록 동남 방향으로 된 산을 선택했기에 환하게 보였고 조각상들이 예술적으로 보였다. 바위산을 깎아 조각하다니 기상천외한 발상이다. 이곳 블랙 힐즈 지역은 로키 산맥과 같이 입자가 고운 최상질의 화강암 지대라고 한다.     왼쪽으로  낯익은 조지 워싱턴의 모습이 보인다. 영국과 독립 전쟁에 돌입했을 때 워싱턴은 총사령관으로 급조된 민병대를 이끌고 정규군과 싸워야했다. 모든 여건이 불리했지만 간절한 독립의 열망으로 어렵게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건국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2대 대통령까지 역임하며 국가의 초석을 쌓는 위대한 리더십을 보여준다.       워싱턴의 오른편으로 토머스 제퍼슨이 보인다. 그가 작성한 독립 선언문에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특정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그중에는 생명, 자유, 행복 추구가 있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이 제시됐다. 3대와 4대 대통령을 역임한 제퍼슨은 버지니아 대학을 설립하며 생긴 부채 상환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6500권의 책을 의회 도서관에 팔았다고 한다.     바위산 오른편 끝에 키다리 아저씨 같은 에이브러햄 링컨이 보인다. 그는 인간이 인간을 노예로 부릴 수 없다며 노예해방을 선언했다. 그는 약 63만 명이 죽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인간의 평등과 자유를 실천한 16대 대통령이다. 너무도 유명한 그의 연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민주주의 정부의 원칙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시어도어 루스벨트 26대 대통령은 선정에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가로부터  노동자의 권익 보호에 앞장섰고  파나마 운하 건설을 시작했고 수많은 국립공원을 지정했다. 그는 미국의 성장에 공이 컸다. 러일전쟁의 종전에 기여한 공로로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바위산 조각이 끝나갈 때 제5의 인물을 추가하자는 주장이 있었다고 한다.  여성 인권운동가 수전 앤서니 등이 거론됐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공사는 시작부터 난관이 많았다.  “신의 손에 의해 형성된 산을 감히 모독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했던 단체가 있었다. 또 공사비가 무려 99만 달러( 현재 금액으로 1800만 달러)에 달해  모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사우스 다코다 주 산림청, 의회, 상원의원, 조각가 거츤 보글럼 등이 당시 켈빈 쿨러지 대통령 등에 도움을 요청해 겨우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공사 기간 중 미국의 대공황으로  8년간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으며 을 해서 조각가 보글럼은 개인 파산까지 하게 된다.       조각 작업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재래식 추와 대형 컴퍼스를 사용해 측량했다. 그리고  다이너마이트 양을 조절하여 정확히 90%의 화강암을 절단했다. 정교한 엔지니어링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무전기도 없던 시절이라 깃발을 들어 폭파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이렇게 잘려나간 돌이 무려 50만 톤으로 바위산 아래에 수북이 쌓였다.     절단 작업 후에 약  400명이나 되는 석공들이 교대로 밧줄에 매달려  2~3인치 간격으로 드릴과 징을 가지고 일일이 쪼았다. 그 외에도 예상 못 한 바위 상태로 인해  9번씩이나 설계변경을 했다.     조각가 보글럼은 덴마크 이민 후손으로 57세인 1927년 공사를 시작했다. 그의 예술적 재능과 엔지니어링 지식, 자금 확보 능력이 없었다면  바위산의 대통령 조각상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후손들이 러시모어 산의  위대한  대통령들을 보고 개척 정신과 민주주의 정신을 이어받기를 염원했다.     1934년 보글럼은 심장마비로 숨졌지만 그의 아들 링컨이 작업을 완료했다. 링컨 조각상 뒤 돌산에는 일반인은 입장이 불가능한  문서 보관 동굴이 있다. 미국 독립선언서 사본, 4명의 대통령 업적이 담긴 문서 등이 보관된 곳이다.     바위산 조각에 성형수술도 있었다. 제퍼슨 윗입술의 나쁜 돌을 깎아내고 다른 화강암 조각으로 교체할 때 강철 핀과 황을 사용했다고 한다.     매년 독립 기념일에는 많은 군 전역자들이 군복을 입고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올해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지만  러시모어의 대통령들도 관심이 많아 지켜보고 있다.  윤덕환 / 수필가문예 마당 바위산 대통령 바위산 조각 현직 대통령 초대 대통령

2024-03-28

바이든 vs 트럼프…누가 ‘여의주’ 차지할까

푸른 용의 해인 2024년은 대선의 해다. 11월 5일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세계인의 시선도 미국을 향할 것이다.   당내 경선 절차가 남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올해 대선에선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재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예로부터 용은 최고 권력자를 상징했다. 바이든과 트럼프, 둘 중 누가 용의 해에 여의주를 차지하고 날아오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조 바이든 대통령   고령 이슈 극복해야   차남 헌터 기소 부담 경제 연착륙 시 호재   낙태 권리 부각 전망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놓인 큰 장애물은 ‘고령 이슈’다.   만 81세로 역대 최고령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 입장에선 공식 석상에서 넘어지거나 연설에서 말 실수를 하면 즉시 고령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   취임 직후부터 이어져 온 고령 이슈는 바이든의 대중적 인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로 꼽힌다.     또 다른 문제는 공화당 주도 연방하원이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공식화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바이든이 차남 헌터의 뇌물 수수 의혹에 연루됐다는 주장과 관련, 탄핵 추진이 가능한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바이든과 민주당 측에선 탄핵 조사 자체에 큰 의미가 없다고 일축하지만, 정치권에선 바이든의 차남 헌터가 세금 포탈과 불법 총기 소지를 비롯한 9개 혐의로 기소돼 있다는 것과 맞물려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은 올해도 우크라이나, 가자 지구 전쟁 등 난제와 씨름해야 한다. 두 가지 문제 모두 국제 정세와 복잡하게 얽혀있고, 향후 전개될 상황에 따라선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 가자 지구의 무력 충돌 사태가 대선 전에 마무리되고 이 과정에서 미국이 위상에 걸맞는 리더십을 발휘할 경우, 바이든은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이다.   대선에 관한 한, 외교를 포함한 그 어느 이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경제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한다면 바이든에겐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실업률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은 미국민은 이른바 바이드노믹스가 지표상 호조를 보여도 쉽게 동의하지 않고 있지만, 올해 미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다면 바이든의 지지율도 오를 것이다.   반면, 경제 상황이 악화된다면 바이든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바이든 선거 캠프는 올해 대선에서 여성의 낙태 권리 부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2022년 중간 선거에서 예상보다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던 주 원인은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사실상 폐기한 데 반발한 여성 표의 결집이었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의회 난입 사태’ 등  사법 리스크 진행형  보수 우위 대법 기대    이민 문제 집중할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국 지지율 조사와 격전지 지지율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우세를 점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백악관 재입성에 도전하는 트럼프의 가장 큰 고민은 사법 리스크다. 지난달 19일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트럼프가 1·6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 내란에 가담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공화당 후보 경선 자격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은 트럼프가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측은 신속히 연방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보수 우위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사법 리스크도 있다. 트럼프는 1·6 의회 난입 사태 선동,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성추문 입막음, 2020년 대선 때 조지아주 선거 결과 번복 시도 등 4건 관련 91개 혐의에 대해서도 기소됐다.   트럼프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와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후보 가격만 인정받으면 공화당 예선 통과도 어렵지 않다. 핵심 지지층 충성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재판의 판결 결과에 따라선 본선에서 소위 온건파 공화당원과 무당파 유권자 표심이 트럼프를 떠날 수 있다.   트럼프 측이 지난해 말 대선 결과 뒤집기 사건과 관련, 면책 특권을 주장하며 3월 시작될 본 재판을 대선 이후로 연기할 것을 요구한 것은 재판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때문이다.   트럼프는 올해 캠페인 기간 중 이민 문제를 집중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임기 때보다 더 강력한 반이민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이미 했다. 반면, 낙태 권리에 관해선 선거 전략상 유연한 태도를 보이거나 최대한 언급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로선 바이든의 경제, 외교, 국방 관련 실정을 부각해 공격해야 할 입장이다. 손쉬운 방식이지만, 정국의 주도권을 쥐긴 어렵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결집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도 확장성이 감소할 여지도 있다. 트럼프에게도 올해 대선은 만만한 도전이 아니다. 임상환 기자트럼프 여의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고령 이슈 현직 대통령

2023-12-31

[중앙시론] ‘40대 기수론’과 장강의 물결

 ‘장강의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낸다’는 속담이 있다.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대표적 글귀다. 무협소설에서는 흔히 클리세(clishe: 상투적 줄거리)로 사용된다. 강호의 무림고수들이 빼어난 실력을 갖춘 기린아를 만났을 때, 그의 무위에 감탄하고 세월 무상을 탄식한다.   워싱턴 정가에도 이 속담이 유행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올해 중간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스타들이 속속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도 미국 정계의 이목은 역시 차기 대통령 후보들에 쏠리고 있다.   아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공식’ 출마 선언을 한 정치인은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확답을 내년 초로 미룬 상태다. 통상 일정을 고려하면 잠룡들이 내년 초 잇달아 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선 정국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까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최근 이 시나리오를 수정해야 하는 강력한 변수가 생겼다. 바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등장이다. 아닌 게 아니라 공화당 대선 후보 가상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크게 밀린다는 여론 조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최근 USA투데이지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지지자의 56%가 대선 후보로 디샌티스 주지사를 선호한 반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44세의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미 트럼프의 대항마로서 보수진영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확고한 보수주의자를 자임하며 한때 ‘리틀 트럼프’라 불렸던 인물이다.     민주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면, 여당은 그를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것이 관례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면서, 바이든의 마음도 재선 도전에 기울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나이가 큰 걸림돌이다. 백악관에서 80세를 맞은 대통령은 그가 처음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건강 이상설로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당내에서 일고 있는 세대교체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 권력 3위’이자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82)이 물러나고, 50대 흑인 하킴 제프리스 의원(52)이 만장일치로 신임 하원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30년이라는 한 세대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교체다.   이런 가운데 중간선거를 뜨겁게 달궜던 인물이 있다. 바로 피트 부티지지 연방 교통부 장관이다. 부티지지는 선거 기간 동안 민주당 후보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으며 누구보다 바쁘게 유세 현장을 누볐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과 후보 경쟁을 한 바 있다. 올해 40살의 젊은 정치인으로, 미국 역사상 커밍아웃을 한 첫 내각 구성원이기도 하다. 디샌티스와 함께 ‘40대 기수론’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워싱턴 정가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론’과 더없이 꼭 맞는 인물들이다. 시어도르 루즈벨트,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42대), 버락 오바마 또 올리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렇다고 무협소설이나 현실에서나 기성 세대가 후배들에게 흔쾌히 자리를 물려주지는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열을 가리고 자신의 시대를 지키려는 혼신의 노력을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차기 대선이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매치가 될지, 아니면 뉴페이스 간의 대결이 될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신·구 대결이 될 경우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내는 것은 자연의 순리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중앙시론 기수론 장강 대통령 후보들 도널드 트럼프 현직 대통령

2022-12-19

[분수대] 국가애도기간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 9·11테러 사흘 뒤인 9월 14일을 ‘애도의 날’로 정했다. 한국인을 포함한 희생자 2977명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전국 관공서·학교가 조기를 게양하고 오전 10시 사이렌을 울려 1분간 묵념했다. 이전에도 KAL기 폭파(1987), 삼풍백화점(1994)·성수대교(1995) 붕괴 등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사고가 있었지만 정부가 애도를 위한 날짜·기간을 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2010년 4월 천안함 피격 때 이명박 정부가 해군장 장례 기간(5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영결식 당일을 ‘국가애도의 날’로 명명했다. 기존 ‘국가장’ 때 장려해 온 전 국민적 추모 분위기를 불의의 군사 사건에 적용키로 결정한 것이다. 전·현직 대통령 등이 사망하면 현행법(국가장법 4조)상 최대 5일을 장례 기간으로 정해 추모한다. 다만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직사회 기강 확립”을 지시했을 뿐, 별도의 애도기간을 선포하지는 않았다.   이처럼 과거 사례가 제각각이다 보니 이번 이태원 핼러윈 참사 애도기간(10월 30일~11월 5일) 동안 적잖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뭘 해야 하고, 뭘하면 안되는지’를 궁금해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국가애도기간에 회식을 해도 되나”, “공연(예능)은 예정대로 하나”, “수학여행이 취소되는 건 아닌가” 등의 글이 올라온다. 국가애도기간 중 일반 시민의 활동 범위를 명문화해 규정한 법적 근거나 시행령은 없다. 천안함 때 정부가 부처·지자체·공공기관 등에 .검소한 복장 .근조(謹弔) 리본 패용 .행사 자제(불가피한 경우 간소화) .조기 게양을 지시했고, 현 정부도 비슷한 공문을 내려보냈다.   한켠에서는 이번 애도기간 설정을 두고 ‘7일이나 하는 게 맞나’, ‘군인 순직과는 성격이 다르다’ 등의 논쟁이 벌어지는 모습도 보인다. 130명이 희생된 지난 2015년 파리 테러 때 부인을 잃은 저널리스트 앙투안 레리가 테러범들에게 쓴 편지 구절을 소개한다. “우리는 최대한 행복해지고 자유로워짐으로써 당신(테러범)에게 상처를 줄 것이다. 당신이 바라는 증오 따위는 없다.”   공방과 증오가 아닌, 공감과 배려만이 비극을 진정으로 극복하는 열쇠다. 심새롬 / 한국 정치팀 기자분수대 국가애도기간 참사 애도기간 이번 애도기간 현직 대통령

2022-11-06

[분수대] 존영(尊影)

며칠간 ‘존영(尊影)’이라는 말이 뉴스에 오르내렸다. 지난 11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존영을 중앙당과 시·도당 사무실에 걸자”는 논의가 오간 게 계기다. 민주화 이후 태어난 한글 세대에게는 듣기조차 생소한 단어다. 존귀한(尊) 모습(影)이라는 의미로, 사전적 정의는 ‘남의 사진이나 화상 따위를 높여 이르는 말’(표준국어대사전)이다. 비슷한 말로 존조(尊照)가 있다.   무협지에서나 볼 법한 단어가 21세기 여당 회의에서 거론된 사연은 이렇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한기호 사무총장이 최고위에 당무를 보고하면서 “지역 당원협의회와 시·도당 등에서 오래된 전직 대통령 존영 디자인 교체를 요구한다”는 민원을 전했다. 그러자 한쪽에서 “전직 대통령 사진을 거는데, 현직 대통령 사진은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이 나왔다. “안 그래도 요청한 지역들에 윤 대통령 존영을 발송했다” “시·도당에서 거는데 중앙당에는 왜 안 거느냐는 말도 있다”는 식으로 논의가 흘러갔다.   국민의힘은 자유한국당 시절 홍준표 당시 대표 결정으로 이승만·박정희·김영삼 3인의 전직 대통령 사진을 당사에 걸었다. 더불어민주당 당사에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이 있다. 이들은 모두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이다. 그래서 “영정도 아니고 왜 살아있는 현직 대통령 사진을 회의실에 거나. 기괴하다”라는 젊은 당직자와 보좌진 반응은 일리가 있다.   존영이라는 이름 자체에서 풍기듯, 사진에 비현실적 권위를 부여해 통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발상 자체가 거부감을 준다. 스마트폰과 TV만 켜면 언제 어디서든 지도자 얼굴을 고화질로 볼 수 있는 시대에 사진 우상화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있는 일이다. 12일 홍콩 매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가을 당 총서기 3연임과 함께 ‘표준 초상화’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에서는 6년 전 홍수 때 교사·학생 등 13명이 김일성·김정일 부자 초상화를 구하러 급류에 뛰어들었다가 사망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자유자재로 편집한 짤(사진)과 움짤(동영상)이 판치는 지금의 한국 정치에 존영 거론은 “시대착오적 발상”(조경태 의원)이 맞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초 최저 지지율을 기록 중인 윤 대통령이 때아닌 ‘사진 정치’ 논란을 겪는 것도 민망하다. 심새롬 / 정치팀 기자분수대 전직 대통령 현직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2022-07-18

[시론] 중간선거의 향방을 결정한 ‘변수’

미국 현대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는 경우 모두 경제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932년 이후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조지 HW 부시, 도널드 트럼프 등 4명이다.     1992년 대선은 경제 문제에 발목이 잡혀 현직 대통령이 무너진 대표적 사례이다. ‘걸프전의 영웅’ 부시는 베트남전 병역기피자인 민주당의 빌 클린턴에 밀려 재선에 실패했다. 군사·외교 분야의 뛰어난 성적표가 경제 낙제점을 벌충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의 낙선을 예외로 꼽는다. 이도 엄밀히 따지고 보면 경제 공포에 사회 혼란이 어우러져 나타난 결과라 할 수 있다. 경제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린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이기 때문이다.     루스벨트 이후 경기침체가 없으면 대통령의 재선은 전통이라고 단정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대선에서 경제 실적은 중요하다.     그렇다면 경제상황이 중간선거에는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중간선거에서는 연방의회 하원 전원, 상원의 1/3을 선출하는데, 집권여당이 의석을 잃는 수가 많다. 그래서 ‘대통령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통령은 취임 후 현실 정치의 제약 때문에 선거공약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의회와의 타협을 통해 중도적 정책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실망한 지지층들이 투표에 기권하는 사례가 많아 지지율은 낮아지게 된다.     반면 야당 지지자들은 현직 대통령을 반대할 목적으로 결집하게 된다. 게다가 중도층은 대통령의 실정을 반대, 혹은 견제 심리로 야당 편에 서는 경향이 크다.   중간 선거에서 여당이 이긴 사례는 단 세 차례에 불과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1934년 프랭크린 D. 루스벨트, 1988년 빌 클린턴, 2002년 조지 W. 부시 재임 시절이다.     1934년은 경제 대공황이 있었고, 1988년은 ‘신경제’로 불리는 미국 경제 호황기였다. 또한 2002년은 9·11 테러로 안보를 위해 국론이 결집된 시기였다. 역시 경제문제가 관건이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가 열린다. 이번 선거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이 강하다. 상황은 집권당인 민주당에 유리하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경제 상황이 호전되기는커녕, 물가 폭등, 구인난, 물류대란 등 3중고는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현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비관하고 있다. 상황 변화가 없는 한 민주당이 참패할 확률이 크다.     이런 가운데 돌발 변수가 생겼다. 바로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등지에서 잇달아 총격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사건 직후,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은 총기규제를 대대적으로 이슈화하고 있다. 경제 실정을 대체할 호재를 찾은 것이다. 그동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총기규제는 끝없는 논쟁거리였지만 그때뿐이었다.   여기에 낙태금지법도 기름을 붓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1973년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을지 초미의 관심거리다. 다음달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최종 판결은 민주당으로서는 여론전에 큰 대항마가 될 것이다.   마침 최근 현 상황을 대변하는 두 가지 뉴스가 눈길을 끈다. ‘개스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갱신한다’는 보도와 ‘총기가 불티나게 팔린다’는 것이다.     한편, CBS는 시민들이 새 총기 규제법이 제정되면 총기 구매가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는 심리가 최근의 총기 구매 급증 현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권자들은 과연 어느 뉴스에 더 관심을 가질까?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시론 중간선거 향방 경제 상황 현직 대통령 대통령 취임

2022-06-12

[J네트워크] 리더의 우아한 퇴장법

지난달 27일 연방 상원 세출위원회가 2023 회계연도 국무부 예산을 심의하는 소위원회 회의실. 소위원장을 맡은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이 “30년 넘게 소위에서 헌신적으로 책임을 다해줘 감사하다”며 패트릭 레이히 상원의원에게 덕담을 건넸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외교와 개발원조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옹호하고 8개 정권에 걸쳐 국무장관들의 동반자가 돼 줘 고맙다”고 인사했다.   레이히는 1974년 버몬트주에서 당선된 이래 48년간 상원의원으로서 8명의 대통령을 경험한, 의회의 ‘전설’이다. 올해 82세인 그는 오는 11월 9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올봄이 그의 마지막 예산 심의 참여가 된다. 동료들은 회의 중 짬을 내 그를 예우했다.   자신에 대한 칭찬이 쏟아질 때 그는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전화 통화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잠시 뒤 돌아온 그가 “밖에서 여러분의 친절한 말씀 잘 들었다. 곧장 뛰어들어오지 않은 이유는 너무 즐겼기 때문이다.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자 웃음이 터졌다. 레이히는 “제겐 과분하지만, 대단히 감사하다(undeserved but greatly appreciated)”고 했다. 당연한 듯 덥석 받지 않는 매너, 칭찬받을 만한지 잘 모르겠다는 겸양이 그의 품격을 더욱 높였다.   겸손이 몸에 밴 미국 지도자들을 자주 본다. 자신을 낮출수록 올라간다는 것을 아는 똑똑한 사람들이다. 레이히 상원의원은 실세 중 실세다. 정부 예산 씀씀이를 관리하는 세출위원회 위원장이고, 대통령 부재 시 권력 승계 서열이 부통령·하원의장 다음 3위인 상원 임시의장이다.   반세기 정치 여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갈 채비를 하는 그의 모습은 그즈음 방송된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와 대비됐다. 성과는 부풀리고 실정은 모른 체하고, 아직 출범도 안 한 차기 정부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훈수까지 두는 모양새는 문 대통령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로 보였다.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나라에서 현직 대통령이 임기 종료 직전에 차기 대통령을 포함,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계층을 향해 이토록 한기 서린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적이 있나 싶다. 끝내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채, 현대사에서 가장 황당하게 퇴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외에는 기억에 없다.   레이히 상원의원은 지난해 11월 불출마를 선언할 때 이렇게 말했다. “이제 의사봉을 내려놓을 때다. 위대한 우리 주를 위해 이 일을 이어갈 다음 사람에게 횃불을 넘겨줄 때가 됐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J네트워크 퇴장법 리더 대통령 인터뷰 현직 대통령 대통령 부재

2022-05-05

독대는 없었다…尹 "靑시대 꼭 마감" 文 "면밀히 살펴 협조"(종합2보)

독대는 없었다…尹 "靑시대 꼭 마감" 文 "면밀히 살펴 협조"(종합2보) 청와대 만찬 회동…文 "집무실 이전 지역 판단 차기 정부 몫" "文 '인사·추경도 尹측과 협의'…MB사면·조국은 거론 안돼" 尹 "국정, 축적의 산물…잘된 정책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은 개선"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정수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찬 회동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와 관련해 예산 등에 대한 협조 의사를 보였다고 윤 당선인 측이 밝혔다. 코로나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임기 말 인사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양측은 실무협의하기로 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회동은 역대 가장 늦은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이지만, 제일 긴 시간 동안 이뤄졌다. 일각에서 기대했던 두 사람 간의 즉석 담판은 이뤄지지 않고 핵심 쟁점 사안은 대부분 '추후 협의'로 넘겨졌다. 독대도 없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만찬 후 통의동 브리핑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문 대통령께서는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차기 정부가 판단할 문제이고 지금 정부는 정확하게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 실장은 "당선인께서 옮기는 취지와 '전 정권, 전전 정권 또 문민정권 때부터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그런 시대를 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전을 못 하지 않았나. 이번만큼은 좀 본인이 꼭 이걸 좀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누가 이걸 먼저 꺼냈다고 하기보다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그 문제 언급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집무실 이전 예비비를 국무회의에 상정할지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절차적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았다"면서 "제가 느끼기엔 아주 실무적으로 시기라든지, 이전 내용이라든지 이런 것을 서로 공유해 대통령께서 협조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다만, 29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예비비 지출 안건 상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장 실장은 "면밀히 검토하시겠다고 했으니까 내일까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금액적인 측면이나 타당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시겠다고 하니 조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식 이전에 집무실 이전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두 분께서 시기까지 가능하다, 하지 않다는 말은 없었다"며 "어쨌든 문 대통령이 협조하고 실질적인 그런 이전 계획 예산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면밀히 따져 보신다고 하니 실무자 간에 이전 내용, 이전 계획, 시기를 따져 면밀하게 행정안전부나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담당 부서에서 (처리) 한다고 한다면 협조하시겠다고 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윤 당선인은 현재 청와대에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장 실장은 2차 추경 편성 문제에 대해선 "시기나 규모는 구체적으로 얘기 안 했고 추경의 필요성은 두 분이 공감했다"면서 "이철희 정무수석과 제가 실무적으로 그 라인에서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사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를 어떻게 하자'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문 대통령께서 '남은 임기에 해야 할 인사 문제에 대해 이철희 수석, 장제원 비서실장께서 국민 걱정을 덜 수 있게 잘 의논해 달라'고 했고 당선인도 '이 수석과 장 실장이 잘 협의해주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또 "대통령과 당선인은 안보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한 치의 누수가 없게 서로 최선을 다해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문 대통령께서 '숨 가쁘게 달려왔는데 마지막 남은 임기 코로나를 잘 관리해서 정권 이양하는 게 가장 큰 숙제로 안다. 최선을 다해 잘 관리해 정권을 인수인계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의 사면 문제에 대해선 "윤 당선인은 오늘 사면 문제에 대해 일절 거론하지 않았고 문 대통령도 그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조직 개편 문제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언급 등도 없었다고 한다. 장 실장은 "현재 정치권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은 "차후 만날 계획을 따로 잡지 않았고 문 대통령께선 '자신이 우리 당선인께서 협조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에 따르면 만찬을 시작하면서 문 대통령은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의례적 축하가 아니라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며 "정당 간에 경쟁할 순 있어도 대통령 간의 성공 기원은 인지상정"이라고 축하를 건넸다.   이에 윤 당선인은 "감사하다.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라며 "잘된 정책은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은 개선해 나가겠다. 초대해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눴다고 장 실장이 전했다. 만찬 회동을 마치면서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며 "꼭 성공하시길 빈다. 제가 도울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에게 "건강하시길 빈다"고 인사했다고 장 실장은 전했다. 이날 오후 5시 59분에 녹지원에서 만나 청와대 상춘재로 향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오후 8시 50분까지 총 2시간 51분간 회동했다. 이 가운데 만찬은 2시간 36분간 진행됐다고 장 실장이 전했다.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 중 가장 오랜 시간 대화한 셈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은 지난 9일 대선이 치러진 지 19일 만에 성사된 것으로, 역대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 중 가장 늦게 이뤄졌다. geein@yna.co.kr [https://youtu.be/stvbXS3sE9I]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청시대 독대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 사면 현직 대통령

2022-03-28

[칼럼 20/20] 퇴임 후를 생각하는 대통령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한국 정치사에 또 한 명의 대통령을 추가했다. 현재는 당선인 신분이지만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 전임 대통령도 한 명 더 갖게 된다. 취임도 안 한 당선인을 놓고 퇴임 후를 말하기기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재임 중 통치 못지않게 퇴임 후 국민으로부터 존경 받는 대통령으로 남는 것도 중요하다. 전임 대통령의 퇴임 후 위상은 재임 중 업적으로 결정되기에 그때를 생각하며 현재의 경계로 삼아야 한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초심은 과거를 생각하는 것이지만 퇴임 후는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떠날 때 박수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는 현재 대통령의 위치에서 바른 정치를 하려는 의지와 연결된다.     전임 대통령은 국가를 통치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명예로운 자리다. 국가 장래를 좌우할 중대 사안에 대한 어렵고 고독한 결정이 현직 대통령에게는 있지만 전임 대통령에게는 없다. 전직의 명예는 남지만 현직의 책임은 없는 자유로운 위치가 바로 전임 대통령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퇴임 후 더 존경 받는 대통령이 많다. 대표적인 대통령이 지미 카터다. 퇴임 후 비영리재단을 설립해 주택 지원 사업과 빈곤층 질병 퇴치 운동, 국제 분쟁 해결 등에 나서면서 전임 대통령 역할의 전범을 보였다. 카터는 인터뷰에서 “현직 대통령에 있었다면 이런 활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퇴임 후 개인 자격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대공황 시절 대통령직을 역임한 허버트 후버도 퇴임 후 해외 식량 원조 사업에 헌신해, 세계 기아 문제 해결에 일조했다.     한국도 대통령 제도 시행이 70년에 가까워지면서 여러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현직을 떠난 후 존경 받는 대통령은 드물다. 청와대를 나와 국민의 품으로 돌아 갔을 때 사회 각 분야에서 기여한 대통령을 찾기 어렵다. 국가를 운영했던 경륜은 임기 종료와 함께 사장되고 만다.     현직 대통령의 리더십 원천은 권위에 대한 복종에서 나오지만 퇴임 후 리더십은 국민의 자발적인 존경에서 비롯된다. 복종을 강제하는 것보다 동참을 이끄는 리더십이 더 가치있다. 그런 지도력을 전임 대통령에게서 볼 수 있기를 국민은 기대해 왔다.     제임스 뷰캐넌 대통령을 연구했던 작가 존 업다이크는 “현직 미국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라는 행복한 위치로 가는 길에 잠시 머무는 정류장”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으로 국가에 헌신하는 기간은 길어야 8년이지만 전임 대통령으로 활동할 기간은 무한하다.     제20대 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흔치 않는 티켓을 들고 정류장에 서 있다. 그 티켓으로 전임 대통령이라는 ‘행복한 직업’을 가질 기회가 주어졌지만 자격이 부여된 것은 아니다. 자격은 5년간 현직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았을 때 생긴다.     대통령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리처드 뉴스타트는 저서 ‘대통령의 권력’에서 대통령은 무한대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자 역할을 하고, 국민의 신망을 얻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사랑 받는 대통령이 되려면 적합한 인재를 등용하고,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며, 국정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대통령 당선인이 화합과 협력의 통치로 한국 정치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바란다. 퇴임 후에도 여전히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전임 대통령의 전례를 만들기 기대한다. 현직의 권력은 유한하지만 퇴임 후 국민의 사랑은 오래 남는다. 김완신 / 논설실장칼럼 20/20 대통령 퇴임 현직 대통령 전임 대통령 대통령 당선인

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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